급작스러운 개혁? 대화재 위험 | 변호사가 풀어주는 차별금지법 Q&A 오해와 진실 ep.5

이은경 대표변호사 현)법무법인 산지

전)서울중앙지법 판사,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Q10.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는 없나요?


차별이란 개념은 ‘상대적, 가치적, 유동적’이다. 애초에 절대적인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는 용어다. 그러므로, 어느 한 가지 특정가치를 정의로운 것으로 규정하고, 이에 반하는 가치를 차별로 금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렵고 힘든 작업일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그리고 차별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너무나 인간적인 개인 한사람, 한사람에 있는 것이지, 의미도 분명치 않은  '차별받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직접차별’, ‘간접차별’에 그치지 않고, ‘괴롭힘, 성희롱, 차별표시·조장 광고행위’ 등을 차별개념에 포함한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 특히 ‘괴롭힘’은 ‘인권위안’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적대적, 위협적 또는 모욕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을 야기하거나,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 관념의 표시, 선동 등의 혐오적 표현을 하는 행위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로 정의하고, ‘정의당안’이 ‘성별등을 이유로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정신적 고통이나 신체적 고통을 겪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관적인 측면이 너무 강하다. 혹여 본인 주장만 앞세우는 경우, 객관적 팩트와 무관하게 가해자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특히 특정의견이 일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대중적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반대의견을 침묵하게 만드는 ‘입막이법’이 될수 있죠. ‘차별표시·조장 광고행위’는 광고 매체나 방법에 제한이 없으므로, 그야말로 ‘사상의 자유시장’을 문 닫게 만들 가능성도 있는 조항입니다.


Q10’. 4가지 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면 처벌이나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맞는 이야기인가요?


4가지 영역 즉,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이란 ‘차별영역’을 법안이 규율하고 있죠. 


모집·채용, 임금·금품 지급, 고육·훈련, 배치, 승진, 해고 등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대표적인 행위를 열거하고,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용, 교통수단 및 서비스 공급·이용, 상업·공공시설, 토지·주거시설,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이용 등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에서 발생 가능한 행위를 열거합니다. 


한편,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에서 교육기회 및 교육내용 등 차별행위를,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에서 참정권 행사 및 행정절차·서비스 이용, 수사·재판 절차·서비스에서의 동등대우를 각각 규율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또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차별금지 행위를 ‘예시적’으로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니 심각한 겁니다.


Q11. 차별금지법이 가진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


‘정의당’과 ‘인권위’는 이 법이 ‘차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법,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그 아름다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 화려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개별적 권리들로 갈가리 토막 친 이 법엔 공동체 모든 관계들마다 날선 칼이 겁부터 주기 때문이다. 과연 대한민국이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주장에만 급급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사회’로 전락해도 좋단 말인가. 소위 차별금지법은 독소조항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차별을 없앤다니 좋다고 환호할 뿐, 구체적인 실상은 너무도 모르고 있어요. 


차별금지라는 강력한 정서적 호소력에만 휘둘리고 있지요. 그런데, 급작스런 개혁은 진보를 알리는 횃불이기보다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대화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요새 법의 제정과 개정이 지나치게 ‘감성적’, ‘투쟁적’입니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중요 이슈의 합의까진 반드시 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법’이란 형식만 갖추어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 어떤 것도 허용되는 세상인 듯 보이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리고 자발적 협력이 아닌 강제력을 앞세우고, 다양성을 획일성으로 대체해버리려 드는 것은 진정한 공동체의 종말을 뜻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개인적 차원의 도덕이 나쁜데 공중의 도덕이 좋은 나라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법 이전에 차별에 관한 도덕적 논의부터 활발해져야 합니다. 형편없이 병들어 버린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합니다. 법이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제작 미션라이프>

홍지현 기자
작성 2020.11.03 17:13 수정 2020.11.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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